남해 다랭이 마을

2019. 12. 17. 16:45여행

육지에서 태어나 육지에서만 자라온 저로써는 바다가 참 신기하기만 합니다. 가끔 서해안 쪽 여행을 하다 보면 느껴지는 아기자기함 과는 달리, 남해의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어머니 품만큼이나 넓다는 생각에 포근해진다고 할까요?^^

 

추석 일주일 전 평일을 택해 떠나게 된 남해 여행에서 만난 다랭이 마을의 따사로움은 분명 가을의 분위기를 연출하기에 더없이 좋았습니다.

다랭이 마을에는 여러 곳의 View Point가 있습니다. 그 중 한 곳에서 찍어 보았어요~
남해의 끝자락, 태풍의 영향으로 계단들이 보수 중 이었답니다~
저 멀리 보이는 남해 바라를 바라보며 잠깐 생각에도 잠겨 보았습니다~

연휴 전이라 사람들이 많지 않아 좋았던 여행~ 외부에 위치한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나면 비탈진 마을 입구와 마주하게 됩니다~ 뻥 뚫린 남해를 바라보며 마을을 향해 내려가고 있노라면, 태양에 비치는 마을의 전경은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느낌마저 들더군요^^

 

다랭이 마을 주차장

내려가다 보면 마주하는 첫번째, 최소한 내가 모르고 살았던 단어, 삿갓 배미라는 곳을 만나게 됩니다.

농부가 할 일을 다 마치고 자신의 논을 세어보니 한 배미가 모잘라서 세는 걸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자신의 삿갓을 들었는데 그 안에 한배미가 있더란 일화가 있습니다. 이런 걸 보면 작은 땅이라도 경작하여 한 톨의 쌀이라도 수확하려는 선인들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하고,  풍요로움 속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는 걸 알았답니다~

 

삿갓 배미

삿갓 배미의 교혼을 뒤로 하고, 위에 보이는 사진 속 내리막을 가다 보면 논길의 끝자락에서 만나게 되는 동상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만수대 인데요, 여기엔 웬 남자가 깃발을 들고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습니다. 바로 "망수" 동상인데요, 바다가 훤희 보이는 곳에서 고기 때의 움직임을 깃발로 어부들에게 알려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망수" 였다는 것도 여기 와서 알게 되었네요^^

 

망수대에 서있는 망수 동상

다랭이 마을 Tour를 하다보니 갈증이 나서 찾았던 곳^^, 바로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잔 하기 위해 들른 "바리스타 김"^^ 이름 참 멋있게 잘 지으셨고, 거의 여기서는 커피를 독점해서 파시다시피 하는 훈훈한 아저씨 사장님이셨습니다. 입담이 아주 좋으셔서 오시는 손님들에게 무척 친절하셨고, 근처 펜션도 같이 운영하시는 듯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커피숍 안에서 발견한 반주기와 색소폰의 모습을 보고 음악을 무척 좋아하시는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바리스타 김 커피숍 전경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말해 주신 것 중 하나가 바로 다랭이 논의 층 수였습니다. 아래 바닷가에서부터 시작하는 논의 계단이 정확히 108 계단이라고 하시더군요~

많이 들어본 숫자, 108! 여명 108도 아니고 바로 불교에서 이야기 하는 108 번뇌?

 

108번 뇌란 실제로는 인간의 모든 고뇌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안, 이, 비, 설, 신, 의 (眼, 耳, 鼻, 舌, 身, 意)의 6가지 감각 기관과 색, 성, 향, 미, 촉, 법 (色, 聲, 香, 味, 觸, 法)의 6가지 인식의 대상, 그리고 현재, 과거, 미래를 곱하면 108이 된다는 것입니다.

즉, 6X6X3=108이라는 공식이 성립하게 되는데, 참 우연찮게 다랭이 마을의 논은 이렇게 108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에 놀랐답니다^^

 

다랭이 마을은 4계절 그 어떤 계절에도 우리에게 풍요로움과 남해의 절경을 다 보여주는 여행지로써 생각이 많을 때 찾아보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여행지였습니다.

같이 동행하고 있는 사람과 함께여서 더더욱이 좋았던 여행이고 손잡고 마을 한 바퀴 돌다 주차장에서 느꼈던 아쉬움의 여운이 꽤 오래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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